일상생활팁
한약에 관한 상식 뒤집기
로도스
2011. 2. 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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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속에는 한방에 대한 정보도 많이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또 궁금해 하는 한방 상식에 대해 한번쯤 허와 실을 따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보약이나 한약은 살찐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이 한약 먹으면 살 많이 찌나요?”
“처방하실 때, 살 안 찌게 해 주셔야 합니다. 꼭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이 한약 먹으면 살 많이 찌나요?”
“처방하실 때, 살 안 찌게 해 주셔야 합니다. 꼭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약은 살을 찌게 할 수도 있고, 살을 빠지게 할 수도 있고, 전혀 살과 무관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한약은 오직 한 가지 처방만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약에는 녹용이나 인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 처방되는 약재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처방전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입맛이 없어지고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의 처방은 소화기능을 살려 주는 한약재를 쓰기 때문에 입맛이 살아나게 된다. 그때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영양 흡수가 잘 안되어 빠졌던 체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평소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몸이 냉해서 잘 붓는 사람은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이 따뜻해지는 처방을 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부기가 빠지고 몸이 가벼워져서 활동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여러모로 체중이 빠지게 된다.이렇듯 개인의 체질과 상태를 체크해서 처방되는 한약이라고 하여 모두가 몸을 보하는 약이 아닐뿐더러 모두 살을 찌게 만들지도 않는다.
한약을 먹을 때 음식을 가려야 한다?
으레 술, 돼지고기, 닭고기, 녹두 등은 한약을 먹을 때 삼가야 하는 음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한약을 복용할 때 음식관리에 대해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는 왜 반드시 음식을 가려야 하는지, 둘째는 그렇다면 매번 같은 음식을 가려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첫째로, 반드시 음식을 가려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한약의 특성 때문이다. 식약동원(食藥同源 ; 음식과 약은 그 유래가 같다)이 여기에도 적용되는데, 한약은 바로 우리네 먹을거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목의 통증에 소염 효과가 있는 길경은 말린 도라지이며 갈근은 칡뿌리이다. 또 열이 많은 경우에 사용하는 사삼은 바로 더덕이며, 수정과를 만드는 계피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약재로 쓰기도 한다. 이렇듯 수천 년을 전해 오는 한약재는 우리 일상생활의 먹을거리들 가운데 약효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말려서 한약장으로 옮겨온 것들이다.따라서 처방에 사용된 한약재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일상의 먹을거리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는 음식들을 가려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몸 상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식도 가리도록 함으로써 회복을 돕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둘째로, 매번 같은 음식을 가려야 하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처방된 한약재의 구성이나 처방받은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음식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한약이 체력을 잘 비축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 구성되었다면, 역시 성질이 차가운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 녹두 등은 적게 먹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심한 열을 내리게 하는 한약으로 구성되었다면 닭고기, 고추 같은 매운 향신료 등의 섭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한약재는 대부분 음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식약동원인 셈이다. 따라서 무조건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논리는 밥과 반찬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물론 보약도, 한약도 약재이기 때문에 분명 우리 몸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간에 무리를 주는 한약재도 있고, 간의 회복을 돕는 한약재도 있는 것이다.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몸을 보한다는 생각에 쉽게 십전대보탕 같은 보약재를 한의사의 진단이나 처방 없이 먹게 되면 간이 더 나빠질 수 있다. 필자도 한두 번 그런 경우를 보았다.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진단이나 처방 없이 탕제원 등에서 보약을 제조, 복용해 간질환이 악화된 것이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사 먹게 되는 감기약으로도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한약을 복용하면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좋다는 말에 남의 한약을 무턱대고 복용하거나 나눠 먹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한약도 약이므로 한의사의 진단을 받고 복용해야 하며, 평소에 간질환 등 질병이 있는 상태라면 특히 이를 유념해야 한다.
재탕이 효과가 좋다?
필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어렵게 준비한 보약 몇 첩을 정성스레 달이고 또 달이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3탕, 4탕까지 하셔서 우리 3남매를 먹이셨다.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해마다 한두 차례 한약을 몇 첩씩 사 오셔서 정성스레 달여 나누어 주셨다.
필자도 약사발을 들고 다니면서 숟가락으로 떠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머니께서는 한약을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봐 주의를 주시곤 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필자가 한의사가 되었지만 아들의 보약은 때마다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부모님에 대해서는 종종 잊고 지낼 때가 많다. 한약을 달이면 약 성분의 90% 이상이 빠져나온다. 그래서 재탕, 3탕은 초탕에 비해 별 효과가 없게 된다. 하지만 단단한 뿌리, 예를 들면 인삼류의 한약재가 들어 있다면 초탕 후에 약재를 말려서 재탕을 한 다음 초탕과 재탕을 섞어 마셔도 괜찮다. 재탕을 할 때는 물의 양을 초탕의 1/2로 하고, 달이는 시간도 초탕의 1/2 정도로 하면 된다.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진다?
간혹 한여름에 체력이 지나치게 떨어져서 한의원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야외 활동이 많거나 여름을 잘 타는 사람들인데, 진료 후에 처방을 해 주려고 하면, 기다렸다가 가을이 되면 약을 먹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땀으로 다 나가 버릴 텐데.” 하면서 말이다. 더운 여름철, 특히 기운이 쉽게 떨어지고 더위를 많이 타면서 위장기능이 냉한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도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계탕, 추어탕, 장어 등의 보양식을 즐겨 찾곤 한다. 보양식이 여름에 필요하듯, 보약도 여름철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여름철에 보약을 먹게 되면 약 기운이 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여름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들 하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름철에 오히려 보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더위를 지나치게 타서 기력이 떨어지는 경우, 찬 음식과 찬 음료에 배가 아파서 설사가 잦은 경우, 평소와 다르게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 활동량이나 운동량이 많아 체력 소모가 많은 경우 등은 오히려 여름철이 보약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추위보다는 더위를 잘 못 견디는 필자도 체력 유지를 위해 여름철에 꼭 보약을 챙겨 먹고 있다.
보약은 봄가을에 먹어야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보약은 봄가을에 복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일리가 있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봄철에는 위장기능이 약한 어린이들의 식욕을 돋우고 성장에 도움을 주는 보약 계통을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가을철에는 호흡기계가 약한 어린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고 잘 견딜 수 있도록 면역계에 도움을 주는 보약 계통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특별히 보약을 복용해야 하는 시기는 따로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사계절이 전부 보약의 시기이기도 하다. 질병을 앓고 나서 체력이 떨어졌을 때, 과로로 피로가 쌓일 때,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몸이 민감해질 때, 수술이나 출산 후 등 각 개인의 체질과 처한 환경에 따라 보약의 도움으로 건강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바로 보약 먹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 하겠다.
한약은 다 보약이다?
사람들은 보통 한약을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한약 하면 보약! 보약 하면 한약! 분명 보의 개념, 즉 건강 증진의 개념은 한의학에 있는 독특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약의 중요한 치료법을 살펴볼 수 있는데, 바로 ‘보’와 ‘사’의 개념이다.
한의학에서는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양의 균형과 조화를 건강의 목표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자면 모자란 것은 보충하고, 지나친 것은 가라앉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모자란 것을 보충하는 것이 보법이 되고, 지나친 것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 사법이 된다.
가장 쉬운 예로, 몸이 지나치게 냉해서 소화가 안되고 기운이 없는 경우에는 보법을 사용하여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보충해 준다. 역시 몸에 스트레스와 열이 지나치게 쌓여 있어서 두통과 불면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내리는 사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한약은 무조건 다 보약이라고 여기는 걸까?
예전에는 영양 섭취가 고르지 못한 데다 과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당연히 한약 처방에 있어서 보약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못 먹기보다는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성인병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오히려 몸을 덜 움직여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약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보약을 많이 먹으면 죽을 때 힘들다?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가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보약을 많이 먹으면 죽을 때 오랫동안 버티다 죽는다고 해서 보약 먹기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또 녹용을 복용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사람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어디에서부터 유래된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렵게 살던 시절, 보약이 그만큼 귀했기 때문에 생겨난 얘기가 아닌가 싶다. 이솝우화 속 ‘여우와 신포도’의 이야기에서처럼 귀한 보약재를 쉽게 먹을 수 없던 평민들이 궁궐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주로 복용했을 보약을 두고 배 아파한 말이 그렇게 와전되었으리라 여겨진다. 녹용은 호흡기계와 면역기능을 강화시키고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인 약재로, 특히 허약한 아이의 성장과 체력 향상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허준 선생님은 그 유명한 『동의보감』에 한약재를 쉽게 구하기도 힘들고 값이 비싸서 일반 백성들이 한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들판과 산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 약재들에 대한 효능을 적어 놓으셨다. ‘단방’이라 불리는 이 처방에서 그 시절에 보약이 얼마나 귀했는지 알 수 있다.
임신 중에 한약을 먹어도 된다?
임신 중에는 여러 가지 주의사항, 금기사항이 있다. 그래서 먹는 것 하나부터 각별한 신경을 쓰게 된다. 게다가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임신과 관련하여 더욱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특히 임신 초기의 약물 사용으로 인한 기형이나 유산에 대한 보고들로 한약의 사용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한약재 가운데는 임신을 잘 유지시키는 효능이 있는 약재가 있는가 하면 반대의 효능을 가지고 있는 약재도 있다. 따라서 임신부를 위해 처방된 한약은 유산을 방지하고 태아를 보호하며 임신부가 건강하도록 돕는 등 임신을 잘 유지시켜 준다.또한 임신 시기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데, 필자도 두 번의 임신과 출산 시기에 한약을 세 차례 복용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산모가 한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 상태나 시기에 따라 전문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으로 꼭 필요할 때만(입덧이 심할 때, 출산을 앞두고 체력이 떨어질 때 등)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한약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다?
한의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각자의 체질에 따른 처방이다. 똑같이 추운 날씨라도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별다른 이상이 없이 건강하다. 쉬운 예를 하나 더 들어 보면, 어떤 사람은 아침에 찬물 한 컵을 시원하게 들이키지만, 어떤 사람은 찬물 한 컵 때문에 오전 내내 설사와 복통을 일으킨다. 이처럼 각자의 독특한 몸의 성향을 체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얘기하는 체질은 사상체질이나 팔상체질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독특함에 대한 것이다.
어떤 약을 먹으면 체질이 완전히 바뀐다거나 다른 체질로 된다는 얘기를 듣고 상담해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정답을 얘기하자면,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단 각자의 타고난 체질을 식이습관이나 꾸준한 운동, 명상, 마음 씀씀이, 약물 등으로 좀 더 건강하게 개선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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